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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소식지 Zoom In Trade 8월호] 여름이야기

작성자 : SHINHAN 2020.08.26

[신한소식지 Zoom In Trade 8월호] 여름이야기.pdf

“Be kind, for everyone you meet is fighting a hard battle.”*

해마다 장마가 그치고 햇빛이 쨍쨍 내리쬐는 여름이 되면 우리의 마음은 가벼워지고 뭉게구름같이 부풀어 올랐습니다. 휴가철을 맞이하여 많은 회사들이 업무를 정지합니다. 도심의 뜨거운 아스팔트를 벗어난 사람들은 야호! 푸른 파도가 부서지는 흰 모래밭을 그리며 바닷가로 달려갔지요. 일상을 떠나온 젊은이들은 여름이 선사하는 새로운 만남을 기대하며 얼굴 가득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이 여름에도 해운대가 있는 부산으로 가는 기차는 전 좌석이 매진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로 꽉꽉 찼습니다. 그러나 예전과 같은 흥분된 모습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커다란 목소리로 전화를 하는 아저씨도 통로를 뛰어다니는 아이들도 없었습니다.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인지, 업무차 기차를 탄 사람들인지 구분되지 않았습니다. 머리에 헤어롤을 말고 핸드폰을 드려다 보는 젊은 여성만 눈에 띄었습니다.

최근의 유행인지 앞머리에 헤어롤을 말고 있는 젊은 여성, 특히 어린 여학생을 많이 보게 됩니다. 기차에서, 지하철에서, 빵집에서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개의치 않는 모습입니다. 저도 나이 든 사람이기에 이런 모습을 보면 작게 탄식을 했습니다. ‘쯧쯧… 어찌 저런 모습으로 집을 나와 다닐까? 단정치 못하네. 아무 생각없는 아이들인가 보다..’

이번 달 Cover Story는 ‘2021년 관세법 개정의 영향과 의의'입니다. FTA News는 ’수출물품 원산지증명서 발급규정 개정에 따른 원산지증명서 발급 신청 관련 제도 변경 사항’이며, 베트남 현지에서 알려드리는 Inside Vietnam은 ’베트남의 AEO 제도와 EU, GSP REX 전면전환 유예’입니다. 또한 관세무역 관련 법령변경 소식은 ‘「수출입화물 검사비용 지원 사무처리에 관한 고시」 입안’이며, 관세 관련 심판사례는 '국제경기대회 참가를 위해 일시 사용한 물품이 관세법 제99조에 따른 재수입면세 대상인지 여부'입니다.

2017년 3월 TV에서는 대통령의 탄핵 심판 선고를 위해 헌법재판소로 들어가는 재판관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른 시간 자동차에서 내려 청사로 들어가는 그의 뒷모습에 우리의 마음은 저려 왔습니다. 대한민국의 미래에 막대한 영향을 줄 결정을 내린다는 것은 얼마나 긴장된 일일까....? 얼마나 많은 생각들에 묻혀 있었으면 머리 뒤쪽에 헤어롤이 매달려 있다는 생각을 못하고 집을 나왔을까….?

그날 현직 대통령의 탄핵은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지난 3년. 우린 어떤 길을 걸어 왔을까요? 어떤 길로 걸어가고 있는 것일까요?

신기술들로 정보가 신속하게 공유되며 일부에 집중되던 권력도 분산될 것을 기대했습니다. 개방된 사회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이 더욱 자유로워질 것을 바랬습니다. 좌로 우로 갈 때까지 가보는 극단적 자유가 아니기를 바랬습니다. 서로가 조금씩 이해해주며 중간 정도에서 손을 잡기를 희망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3년은 생각과 행동이 양극으로 갈라져버린 사람들의 싸움으로 점철되었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을 극대화 한다는 알고리즘의 기술은 편가르기를 가속화시켰습니다. 자신들만의 논리로 무장한 양극의 사람들은 점점 더 완강해지고 있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심각한 적이 되고 있습니다. 자기편의 보호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격렬하게 뒷발질 하는 얼룩말 무리의 영상이 떠오릅니다. 얼룩말의 우두머리 수컷은 천적에게 달려들어 적극적으로 무리를 방어한다고 합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천적이 된 것인가요?

모든 인간은 자신을 중심으로 세계를 만들어 갑니다. 그렇기에 생각의 다름, 차이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헤어롤을 앞머리에 매단 젊은 여성들과 뒷머리에 매단 재판관 사이에 생각과 판단과 행동의 간극은 매우 클 것입니다. 그렇다고 앞머리 파의 삶을 무시할 수 있을까요? 앞머리에 매달았다고 생각이 없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요? 뒷머리 파라고 앞뒤 꽉 막힌 꼰대라며 그들로부터 귀를 막아야 할까요? 뒷머리에 헤어롤을 매달았다고, 재판관이라고 앞머리 파보다 더욱 치열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할 수 있을까요?

우리 모두는 각자 자기의 자리에서 오늘을 내일을 살아내고 있습니다.

틀렸다고 잘못했다고 야단을 쳐서는 안됩니다. 우리의 마음은 좀 더 말랑말랑 해져야 합니다.

장기간의 폭우와 이어지는 폭염,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무겁게 가라앉은 여름입니다. 예전과 같이 가벼운 여행, 흥분된 새로운 만남의 여름이야기는 불가능합니다. 즐거운 이야기까지는 안되더라도 심술궂은 악의의 이야기만이라도 들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바꿀 수 없는 것에 대해 투덜거리고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양극에 몰려있는 사람들이 계속 그렇게 서로 반대편으로만 몰려가다 보면 언젠가는 만나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자꾸 나가면’…? 헛된 바램일까요?

‘땡동!’ 또 문자가 왔습니다. ‘불필요한 외출·모임 자제, 비대면모임으로 대체…’ 다시 혼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어차피 그렇다면... 이번 기회에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아야 하겠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우리 안에 선한 것만 있지 않다는 것은 확실하니까요. 바라지 않는 낯선 것들이 슬쩍슬쩍 들어와 있을 테니까요. “미워함, 업신여김, 경멸함, 함부로 대함, 험담, 화냄, 교만함, 완고함…..” 아니 이 참에 웃기는 기술이라도 배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악의에 찬 이야기들을 덮어 씌울 수 있는 재미난 이야기를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